오늘도 공부
Microsoft가 말하는 ‘에이전트 시대 개발자의 새로운 규칙’ 본문
개발자가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는 시대가 정말 올까.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꽤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AI에게 코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도 결국 사람이 다시 뜯어고쳐야 했고, 복잡한 프로젝트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꽤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Microsoft CoreAI를 이끄는 Jay Parikh는 최근 Microsoft의 새로운 기술 블로그 Command Line을 소개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요지는 단순하다.
AI 때문에 개발 속도가 빨라진 정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코드를 작성하고, Pull Request를 만들고, 사람이 검토하고, 테스트하고, 배포하는 기존 개발 흐름이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코딩 속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는 ‘코드를 잘 쓰는 사람’보다 ‘에이전트를 잘 움직이는 사람’
Microsoft가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원칙은 꽤 과감하다.
Agent-first로 개발하라.
예전에는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고 AI가 옆에서 자동완성을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
먼저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고, 사람이 결과를 검토하거나 방향을 수정한다.
작은 코드 수정 하나도 직접 파일을 열어 바꾸기보다 에이전트에게 요청하는 것이 더 빠르다면 굳이 사람이 타이핑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개발자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진다.
코드를 생산하는 사람에서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고, AI가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하는 사람으로 이동한다.
AI 코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델이 아니라 ‘맥락’이다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꽤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커지면 갑자기 엉뚱한 파일을 수정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기능을 다시 만들거나, 프로젝트의 규칙과 전혀 다른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AI가 코딩을 못해서라기보다 프로젝트를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Microsoft가 강조하는 것이 Context와 Skills다.
프로젝트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API를 만들 때 어떤 패턴을 사용하는지.
파일 이름은 어떤 규칙으로 만드는지.
테스트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배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Markdown 문서나 지식 베이스 형태로 쌓아놓는다.
그리고 에이전트가 작업할 때마다 이 정보를 참고하게 만든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AI가 같은 실수를 두 번 한다면,
사람이 세 번째에도 다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정 방법 자체를 Skill로 만든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API Route를 만들 때 반드시 인증 미들웨어를 붙인다.
처음에는 사람이 알려준다.
두 번째에는 규칙으로 만든다.
세 번째부터는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적용한다.
결국 팀의 경험이 코드 라이브러리처럼 축적되기 시작한다.
코딩보다 계획이 더 중요해진다
개인적으로 Microsoft의 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것이었다.
Plans are the real work.
진짜 일은 코딩이 아니라 계획이라는 이야기다.
AI가 구현을 빠르게 해주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더 선명해졌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어디까지 만들어야 하는가.
어떤 구조로 나눌 것인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예외 상황은 무엇인가.
이 계획이 충분히 좋다면 AI 에이전트가 한 번에 상당 부분을 구현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계획이 모호하면 아무리 좋은 AI를 사용해도 결과는 흔들린다.
그래서 앞으로 개발자는 이런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 구현하지?’
보다
‘정확히 무엇을 구현해야 하지?’
PRD를 쓰기 전에 일단 만들어본다
제품 개발 방식도 바뀐다.
예전에는 새로운 기능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긴 PRD를 작성했다.
시장 조사.
사용자 시나리오.
기능 정의.
화면 설계.
기술 검토.
개발 일정.
그렇게 몇 주를 보내고 나서 개발을 시작했다.
문제는 실제로 만들어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AI 덕분에 프로토타입 제작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문서로 상상하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 빠르다.
Microsoft의 표현을 빌리자면,
Memos보다 Demos다.
회의에서 20페이지짜리 문서를 보여주기보다
“제가 세 가지 버전을 만들어봤습니다.”
라고 말하는 편이 더 좋은 의사결정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취향’이 중요해진다
AI 시대에 의외로 중요해지는 능력이 있다.
Taste.
취향.
혹은 제품 감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드는 비용이 비쌀 때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쉽게 실험할 수 없었다.
개발자가 부족하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수십 개의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준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 문제는
‘만들 수 있는가?’
가 아니라
‘이 중에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가 된다.
10개의 UI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100개의 기능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기능을 버릴 것인가.
AI가 20개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면 어떤 것이 사용자에게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가.
구현 능력보다 선택 능력이 희소해진다.
그래서 Microsoft는 Taste를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 중 하나로 본다.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테스트가 더 중요해진다
AI가 코드를 빠르게 만들어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하루에 만들어지는 코드의 양이 늘어난다.
Pull Request가 늘어난다.
변경되는 파일이 많아진다.
배포 주기가 짧아진다.
사람이 모든 코드를 읽는 방식은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테스트와 자동화된 검증 시스템이 더 중요해진다.
AI가 빠르게 코드를 만든다면,
테스트 역시 빠르게 실패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에이전트 시대의 개발 시스템은 이런 구조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Agent가 구현한다.
Test가 검증한다.
Agent가 다시 수정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설계와 판단만 사람이 확인한다.
코드 리뷰도 사람이 전부 할 수 없게 된다
작은 팀에서도 한 달에 수백 개의 PR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면 모든 코드를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리뷰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
Microsoft 역시 1차 코드 리뷰를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사람이 아키텍처나 중요한 판단을 담당하는 방향을 이야기한다.
코딩 에이전트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코드를 만드는 Agent,
코드를 검토하는 Agent,
테스트하는 Agent,
보안 취약점을 찾는 Agent,
배포를 확인하는 Agent가
하나의 개발 파이프라인에서 함께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자는 이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
Microsoft가 제시한 마지막 원칙은 이것이다.
Code is disposable.
코드는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에게 코드는 오랫동안 결과물이었다.
며칠 동안 고민해서 만든 코드에는 자연스럽게 애착도 생긴다.
그래서 때로는 이미 복잡해진 코드를 계속 고쳐 쓰게 된다.
하지만 AI가 코드를 빠르게 재생성할 수 있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코드보다 Spec이 더 중요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요구사항과 테스트와 설계가 정확하다면 구현은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코드라면 과감하게 버리고 다시 만드는 것이 오히려 저렴할 수도 있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우리가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산의 우선순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자의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AI 코딩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같은 질문이 등장한다.
“그러면 개발자는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Microsoft의 글을 읽고 있으면 조금 다른 그림이 보인다.
개발자의 일이 사라진다기보다
개발자가 직접 해야 했던 작업의 층위가 위로 올라가고 있다.
코드를 작성하는 것에서
계획을 만드는 것으로.
함수를 구현하는 것에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으로.
문법을 고민하는 것에서
제품을 판단하는 것으로.
그리고 직접 모든 일을 수행하는 것에서
여러 에이전트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결국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의외로 인간적인 능력일 수도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능력.
좋은 것과 그저 그런 것을 구분하는 감각.
복잡한 문제를 명확한 계획으로 바꾸는 능력.
그리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과감하게 버리고 다시 만들 수 있는 판단력.
코드를 만드는 비용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장 비싼 것은 코드가 아닐 것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의 판단일지도 모른다.
참고
Microsoft CoreAI EVP Jay Parikh
Introducing Command Line, and the new rules for builders
Microsoft,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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